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정주 박사는 “국내 보험산업의 신뢰도 저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바로 보험금 과소산정과 지급”이라며, “보험사 자기손해사정 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선과 보험사들이 고용 또는 위탁 손해사정사들의 업무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진 않은지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제3의 손해사정사를 별도로 선임해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고지토록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보다 구체적으로 보험업법 등에 사전고지의무를 규정하고 의무위반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이 이미 대다수 국민들의 일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보험금지급과 관련해 손해사정사의 존재와 그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보험 소비자는 많지 않다. 또한 손해사정에 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소비자들도 손해사정사가 보험 계약자보다는 보험사의 편이라고 생각해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박사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보험금 청구시 손해사정을 담당하게 되는손해사정사들의 상당수가 보험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고용 또는 위탁 손해사정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법」제189조9에서는 손해사정사가 자신과 이해관계를 가진 자의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하는 일명 자기손해사정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법시행령 제9조9에서는 단서를 통해 보험사가 고용 손해사정사를 통해 자기손해사정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두고 있어 고용·위탁 손해사정사들이 보험사의 입장에 서서 손해사정을 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들에게 손해사정사의 역할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실제 보험금지급 신청이 이루어지면 보험사들은 자신이 고용한 손해사정사나 위탁계약을 맺은 손해사정사를 곧바로 사고조사와 보험금산정업무에 투입하고 통상 수일내에 보험금을 결정해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험계약자들은 자신이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하고 있다.

김 박사는 “보험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바로 손해사정사들이 본래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며 “표준화된 손해사정 기준을 마련해 손해사정결과의 객관성을 높이고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해사정사제도 개선은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제고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자료출처: 보험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