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특히 수사권 조정 등으로 반목해 온 검찰과 경찰의 해묵은 갈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애꿎은 국민만 한해 40억원이나 되는 범칙금을 물게 됐다는 비난이 제기될 전망이다.

20일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2012년 1월 25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주재한 '2012년도 규제개혁과제 회의'에서 정부는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의 범칙금과 벌점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란 보험처리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로 법정까지 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한 교통사고를 말한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해 왔다.

이는 당사자 간 자체적으로 해결하면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면 불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다.

폭행 등 다른 사건도 쌍방이 합의하면 따로 벌금을 물지 않고 해결되는 일이 많은데, 유독 경찰에 신고된 교통사고만 원만히 합의하고도 범칙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범칙금 부과를 피하려고 운전자들이 가벼운 교통사고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게 됐고, 이는 교통사고 보험 사기가 극성을 부리게 된 원인이 되기도 해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3년도 경찰청 규제개선 추진 실적' 자료를 보면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의 내사종결 및 범칙금·벌점 면제와 관련해 검찰과 협의를 시도했지만, 검찰은 검사의 기소권 제한을 근거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건의 내사종결 결정과 범칙금 부과 등은 검사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경찰이 개선하려 하니 권한을 침해한다고 보고 협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자료에서 "검찰 실무자 협의 및 의견조회 등 지속적인 요청에도 일관되게 수용을 거부해 법령 개정에 난항이 예상되며, 법령이 개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개선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의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문제이고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시간이 걸릴 뿐"이라며 "공청회 등을 준비하며 서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최근 담당 과장이 검찰을 떠나 이 문제를 잘 아는 직원이 없다"고만 말하는 등 언급을 꺼리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제도개선을 약속한 2012년 한 해 동안 12만2천862건의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경찰은 이중 10만9천188건에 대해 총 41억4천37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11만6천여건에 대해 벌점을 부여했다.

2010년과 2011년에도 매년 12만여건의 공소권 없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부과되는 범칙금은 각각 41억원을 넘겼다.


< 자료출처: 보험매일 >